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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기술. 놀랍고 두려운 채팅 로봇 ‘챗GPT’

화이트 성 2023. 1. 28. 06:52

나이듦의 기술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3.01.28

 

 

어릴 때, 이웃집 할머니 자매 두 분 중 일곱 살 연상의 언니가 훨씬 더 젊어 보이는 게 늘 신기하게 느껴졌다.

한 분은 자전거를 탈 정도로 건강했고, 다른 분은 기운이 없어 늘 집에 누워 계셨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엘렌 랭어의 책 ‘늙는다는 착각’에는 시간 거꾸로 돌리기 연구라는 실험이 등장한다.

이것은 70~80대의 노인들을 20년 전의 시간으로 되돌려 일주일간 독립적으로 생활하도록 한 실험이다.

그 시절의 뉴스와 영화를 보고, 그때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일주일 만에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다.

실험 전까지 글자가 보이지 않아 포기했던 독서나 관절이 아파서 하지 않았던 설거지와 청소는 물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일까지 노인들은 스스로그 모든 일을 해냈다.

청력, 기억력, 악력, 유연성, 자세나 걸음걸이까지 현저히 ‘젊어진 것’이다.

저자는 “노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신체가 아닌 신체적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건 아이를 늦게 낳은 여성이 아이를 일찍 낳은 여성보다 평균수명이 길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아이와 생활하며 젊고 건강한 신호에 더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연상 연하의 배우자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무의식중에 내뱉는 “아이고, 허리야~” “이제 늙었나봐!” 같은 말 역시 우리 뇌에 쌓여 고스란히 각인된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시계를 중시한 탓에 20대에는 취업, 30대에는 결혼, 40대에는 내 집 마련 같은 과업에 집착한다.

하지만 신체 나이에 맞는 올바른 생활방식과 태도가 있다고 믿으면 60대와 70대에 남는 건 은퇴와 노화뿐이다.

그러나 노화와 퇴화는 다르다.

기억력 퇴화 역시 그동안 쌓인 데이터가 젊은 시절에 비해 많아서 생긴 정체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결국 태도다.

노년의 기억력이 좋아지려면 늘 먹던 것, 가던 곳을 갈 때가 아니라 새로운 음식을 먹고, 가보지 않은 곳을 갈 때다. 구부정해지려는 마음한 번 더 펴는 것 말이다.

 

 

 

놀랍고 두려운 채팅 로봇 GPT’

박건형 기자 입력 2023.01.28

 

 

1998년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창업한 구글은 검색 알고리즘 하나로 인터넷 지배자가 됐다.

구글 본사에는 이들의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여주는 직원 연례행사 사진이 있다.

스키장에서 열던 단출한 모임을 나중에는 디즈니랜드를 통째로 빌려 해야 했다.

그런 구글이 지난 20일 12000명을 한꺼번에 해고했다.

세계 최고 직장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넘치던 직원들 사이에서 ‘피의 금요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구글은 경쟁자가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아예 ‘구글링’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인공지능(AI) 회사 오픈AI채팅 로봇(챗봇) GPT’를 공개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챗GPT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질문에 답하고 소설··논문도 써준다.

검색 결과에서 어느 것이 맞는지 찾아야 하는 구글단번에 답을 알려주는 챗GPT 가운데 어느 쪽이 편할까.

구글은 은퇴한 두 창업자까지 불러들여 연일 대책 회의를 열고 있다.

 

 

공개 두 달 만에 1000만명 이상이 챗GPT로 수많은 실험을 했다.

의학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주고 요약하게 했더니 과학자들도 사람이 쓴 것과 구별하지 못했다.

표절 검사는 100% 통과했다.

미국 대학 로스쿨 입학 시험, 경영대학원 기말시험, 의사 면허 시험도 합격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자가 사람이 치르는 시험을 통과하는 AI 개발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행간에 숨은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GPT는 그 장벽도 뛰어넘었다.

 

 

사람 뇌는 신경세포 연결부인 시냅스가 100조개 수준이다.

GPT는 이 시냅스에 해당하는 매개 변수가 1750억개다.

올 상반기 매개 변수가 조 단위를 넘는 다음 버전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과 같지는 않겠지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윈도의 몰락으로 고전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부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이 어떻게 반격할지도 관심이다.

 

뉴욕시는 중고교 학생들이 챗GPT를 쓰지 못하도록 접속을 차단했다.

미국 대학들은 집에서 해 오는 숙제를 없애고 있다.

누가 썼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GPT를 연구 논문의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AI는 논문에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오픈AI 설립자가 일론 머스크.

그는 ‘인류를 위한 AI 연구’를 하겠다고 했다.

회사 이름 오픈도 개방과 비영리를 뜻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

놀랍고도 두려운 챗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