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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14. 12:19
꿈이 없으면 불안이 찾아온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2.12.13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35] 꿈이 없으면 불안이 찾아온다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35 꿈이 없으면 불안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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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내용과 관련된 고민을 자주 듣는다.
예를 들면 60대 남자분이 “꿈에서 주먹질하고 싸우는데 나이가 몇인데 이렇게 철없는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 한심하다”고 한다.
“인생 경험이 쌓이면 성숙해지지만, 우리 마음 깊은 곳의 ‘아이’는 영원히 늙지 않고 그대로이다.
그 아이가 뛰노는 영화가 꿈이기에 나이가 몇이든 꿈은 항상 젊다”라고 답변했다.
실제로 액션, 멜로, 판타지 같은 꿈의 내용이 나이가 든다고 점잖은 것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유명 과학 콘텐츠 유튜버와 친분이 생겨 지인들과 만남을 가졌는데 누군가 그에게 ‘꿈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고민 없이 ‘인류의 진보’라 대답했다.
새로운 기술이 인류의 진보에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그 지식의 공유도 중요하단 생각에 어려운 과학 지식을 친근하고 재미있게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라 했다. 멋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꿈이 뭐지’ 스스로 질문해 보았다.
꿈이란 단어를 생각하는 것이 오랜만이어서 어색하기도 하고 생각이 떠올라 주려나 궁금도 했는데 ‘사람들 걱정을 줄여주기’란 문장이 툭 생각났다.
모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다들 괜찮다고 반응해준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데 꿈을 좀 구체화해보고 소통하는 것이 꽤 괜찮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걱정 줄여주기’란 꿈을 정한 것이 내 마음의 걱정을 좀 줄여주는 효과도 있었다.
꿈이 없는 인생엔 불안이 스며들기 쉽다.
꿈이 없으면 ‘나’라는 존재가 흔들리기에 불안이 찾아온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불안은 정체성 혼란이다.
죽음의 공포도 내 자신이 사라지는 공포이다.
연말 모임에 지인들과 ‘내 꿈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볍게 이야기 나누는 것’을 추천 드린다.
이때 꿈이 상징적인 가치도 가지면서 현실적인 내용이 함께 담기면 좋다.
앞의 유튜버를 보면 인류의 진보란 거대한 목표 안에 과학기술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의외로 ‘행복하기, 평범하게 평온하게 살기, 건강하게 무탈하게 살기’ 같은 꿈이 소박해 보이지만 실제로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이면서 구체성이 없이 막연해 미래 걱정도 늘리고 만족감도 떨어지게 한다.
예를 들어 무탈한 인생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무탈한 인생은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돌발 변수로 가득한 것이 인생이다.
‘부캐’(부캐릭터)의 꿈을 그려보는 것도 삶의 기대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산을 좋아하는데 아들과 해외 유명 산을 함께 트레킹하는 것이 꿈이다’, 또는 ‘그리스 신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데 한번 실제 방문하고 소셜미디어에 영상이나 글을 올리고 싶다’ 등이 실제 사례들이다.